
Murris, K. (2016). The posthuman child: Educational transformation through philosophy with picturebooks. Routledge.
“아이란 무엇인가?” — 새로운 질문의 시작
우리는 아이를 늘 “자라야 할 존재”, “아직 미완성된 존재”로 여겨왔습니다.
교육은 그런 아이들을 “어른처럼 만들어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죠.
하지만 만약 이 생각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면 어떨까요?
Karin Murris의 책 The Posthuman Child는 이 익숙한 전제를 뒤흔듭니다.
그녀는 묻습니다.
“아이를 왜 늘 ‘작은 인간’으로만 보아야 할까?”
“아이를 둘러싼 사물, 환경, 동물, 이야기, 감정도 함께 배우는 존재로 볼 수는 없을까?”
이 책은 철학과 그림책을 결합해, ‘인간중심 교육’을 넘어서는 새로운 교육적 상상력을 제안합니다.
아이를 단순히 인간 중심의 주체로 보지 않고, 비인간 존재들과 얽혀 함께 ‘되어가는 존재(becoming)’로 바라보자는 것입니다.
아이, 교사, 세계 — 얽혀 있는 존재들
1. 아이는 ‘부족한 존재’가 아니다
우리가 흔히 아이를 “아직 미성숙한 존재”, “배워야 할 존재”로 생각하지만,
Murris는 아이를 이미 풍요롭고 복잡한 세계를 살아가는 ‘충만한 존재’**로 봅니다.
그녀는 이렇게 말합니다.
“어린이는 배우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교사이기도 하다.”
아이들은 주변 세계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고하고, 감각하고, 관계를 맺습니다.
이때 교사의 역할은 “지식을 주입하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세계를 탐험하는 동반자로 바뀝니다.
2. 그림책은 ‘철학적 대화의 장’이다
이 책의 가장 독창적인 부분은 그림책을 철학적 도구로 사용한다는 점이에요.
그림책은 단순한 이야기책이 아니라, 아이들이 “세상은 무엇일까?”, “나는 누구일까?” 같은 질문을 던지게 하는 철학적 자극제가 됩니다.
예를 들어 한 그림책 속에서 동물, 나무, 그림자, 소리, 빛 같은 존재들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함께 사고하는 주체로 등장합니다.
아이와 교사, 그리고 책 속 사물들이 서로 얽히며 새로운 이해를 만들어내는 거죠.
Murris는 이것을 “얽힘(intra-ac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단순한 ‘상호작용(interaction)’이 아니라, 서로가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변하고 만들어지는 과정을 뜻합니다.
즉, 배움은 사람과 사람만의 일이 아니라, 세계 전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일인 셈입니다.
3. 교사의 새로운 역할: 통제에서 ‘응답’으로
이 책은 교사에게도 깊은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아이를 가르치는가, 아니면 함께 사유하는가?”
포스트휴먼 교육에서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라,
‘응답 가능한 존재(response-able being)’가 되어야 합니다.
즉, 아이의 말과 생각, 감정뿐 아니라 환경, 사물, 상황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거죠.
교사는 교실의 공기, 빛, 책의 질감, 아이의 시선 하나까지도 배움의 일부로 여깁니다.
이런 감수성이야말로 진정한 철학적 교육의 출발점이라 Murris는 말합니다.
4. 탈식민적 시각: 억압받아온 ‘다른 목소리들’
이 책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영국의 교육 현장을 배경으로 합니다.
그녀는 교육 속에서 언어, 인종, 계급, 문화적 차이가 어떻게 아이들의 존재를 억누르는지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특정 언어를 모른다는 이유로 어떤 아이들은 “배움이 느린 아이”로 낙인찍히기도 합니다.
Murris는 이런 ‘식민적 교육 구조’를 비판하며,
“아이의 목소리뿐 아니라, 그 아이가 속한 세계 전체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고 강조합니다.
그림책 속 다양한 문화와 존재들을 통해, 우리는 교육을 더 공평하고 다성적인 공간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교육은 ‘함께 되어가는 과정’이다
Karin Murris의 The Posthuman Child는
“어린이”라는 존재 자체를 새롭게 바라보는 철학적 선언문입니다.
아이는 미래의 어른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함께 존재하는 존재’이다.
교육은 인간이 세계를 통제하는 과정이 아니라, 세계와 함께 되어가는 과정이다.
이 철학은 교사에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우리의 교실, 아이, 그림책, 책상, 바람, 빛 —
이 모든 것은 이미 함께 얽혀, 배움을 만들어내는 살아 있는 관계망이기 때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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