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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ppy Parenting

아이의 목소리를 ‘진짜로 듣는다는 것’

by 해피어스 2025.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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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ening to Children: Being and Becoming

Davies, B. (2014). Listening to Children: Being and Becoming. Routledge

 

우리는 아이의 말을 정말 듣고 있을까?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대화를 나누지만,
가만히 돌아보면 우리는 정말 ‘듣고’ 있는 걸까요?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우리는 종종 “지시”, “판단”, “해석”을 먼저 합니다.

“그건 아니야.” “그렇게 하면 안 돼.” “이유를 말해봐.”


이런 말 속에는 ‘듣기’보다 ‘가르치기’의 태도가 숨어 있습니다.

 

호주의 교육학자 Bronwyn Davies는 자신의 저서 『Listening to Children: Being and Becoming』에서
듣기를 단순히 귀로 하는 행위가 아니라,
아이와 어른이 함께 ‘되어가는(becoming)’ 관계의 과정으로 새롭게 정의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듣는다는 것은, 아이와 내가 함께 변하는 순간이다.”

 

이 책은 ‘듣기’를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는 과정을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듣기는 함께 성장하는 관계의 예술이다

듣기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일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일’이다

 

Davies는 “듣기(listening)”를 새로운 의미가 태어나는 공동 창조의 과정으로 봅니다.


듣는 사람과 말하는 사람은 고정된 역할이 아니라,
매 순간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변하는 존재입니다.

 

그녀는 이것을 “출현적 듣기(Emergent Listening)”라고 부릅니다.

듣는 과정에서 교사도, 부모도, 아이도 조금씩 달라집니다.


아이의 말은 단순히 ‘의사 표현’이 아니라,
함께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는 문장이 되죠.

 

예를 들어, 아이가 “나 화났어!”라고 말할 때
그 감정을 “그건 옳지 않아.”라고 막아버리면 관계는 닫힙니다.


하지만 “그래, 화가 났구나. 뭐가 속상했는지 말해줄래?”라고 묻는다면,
듣기는 곧 이해와 치유의 출발점이 됩니다.


 듣기는 ‘내부작용(Intra-action)’이다 — 함께 만들어지는 존재

Davies는 물리학자 Karen Barad의 개념을 빌려
‘interaction(상호작용)’ 대신 ‘intra-action(내부작용)’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 말은, 아이와 어른이 서로 독립된 존재로 만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얽혀서 함께 존재를 만들어간다는 뜻입니다.

 

교실의 빛, 아이의 표정, 교사의 말투, 놀이의 흐름…
이 모든 것이 하나의 ‘관계적 장(field)’ 안에서 얽히며
새로운 배움과 감정이 태어납니다.


이 안에서 교사는 더 이상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함께 배워가는 존재, 함께 되어가는 존재가 됩니다.


감정과 예술 속에서 듣기 — 아이의 마음을 읽는 또 다른 언어

Davies는 듣기를 귀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로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녀는 아이의 그림, 놀이, 이야기 속에서
감정의 흐름(affective flow)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아이가 그린 그림을 평가하기보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느낀 감정 — 즐거움, 집중, 실망, 분노 —
이 모든 것을 함께 느껴주는 것이 진짜 ‘듣기’입니다.

“듣는다는 것은 말에만 귀 기울이는 게 아니라,
몸짓, 표정, 감정의 진동까지 함께 느끼는 일이다.”

 

그 속에서 교사와 부모는 아이의 내면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 마음의 움직임을 함께 경험하게 됩니다.


듣기는 교사와 부모도 변화시키는 힘이다

Davies는 듣기를 통해 배우는 것은 아이만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듣는 순간, 우리 자신도 변화합니다.

 

그녀는 “반성(reflection)” 대신 “회절(diffraction)”이라는 개념을 씁니다.


회절은 파동이 서로 겹쳐지며 새로운 무늬를 만들어내는 현상입니다.


듣는 사람과 들려주는 사람은 서로의 파동이 되어
함께 변화의 무늬를 만들어가는 존재가 됩니다.

 

듣기는 일방향이 아니라 공동 변형(co-transformation)의 과정입니다.
그 순간, 교육은 지식 전달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예술이 됩니다.


 듣기는 사랑이자, 함께 성장하는 길이다

『Listening to Children: Being and Becoming』은
“아이를 듣는다”는 단순한 문장을 깊은 철학으로 확장시킨 책입니다.

 

듣는다는 것은,
아이를 평가하거나 교정하기 전에 그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그 순간, 아이는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 속에서 자라고,
우리 어른은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다시 태어납니다.

 

Davies는 이렇게 말합니다.

듣는다는 것은
아직 알지 못한 가능성에
마음을 여는 것이다.

 

그녀가 제안하는 ‘듣기’는 교사와 부모, 그리고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됩니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듣는 순간,
우리는 그 사람과 함께 ‘되어가고(becoming)’ 있습니다.

 

아이를 듣는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새롭게 듣는 일이기도 합니다.


듣기는 사랑이고, 성장이며,
우리가 인간답게 연결되는 가장 아름다운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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