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살면서 때때로 "아무리 해도 소용없다"고 느끼는 순간을 맞이합니다.
이처럼 반복적인 실패나 통제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생겨나는 무기력한 마음을, 심리학에서는 '학습된 무기력(learned helplessness)'이라고 부릅니다.
이 개념은 심리학자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과 스티브 메이어(Steve Maier)의 실험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이들의 연구는 잔인했지만, 인간 심리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학습된 무기력 실험: 개요
1960년대, 셀리그만과 메이어는 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을 설계했습니다.
- 첫 번째 단계:
개를 두 그룹으로 나눈 뒤, 전기 충격을 가했습니다. 한 그룹은 특정 버튼을 눌렀을 때 충격을 멈출 수 있었지만, 다른 그룹은 아무리 애써도 충격을 멈출 수 없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 두 번째 단계:
이후 두 그룹의 개들을 또 다른 환경으로 옮겼습니다. 이번에는 단순히 뛰어넘기만 하면 충격을 피할 수 있는 낮은 울타리가 설치된 방이었습니다. - 놀랍게도, 이전에 통제할 수 있었던 개들은 울타리를 쉽게 뛰어넘어 충격을 피했지만, 아무리 해도 소용없다는 경험을 했던 개들은 시도조차 하지 않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습니다.
실험이 주는 메시지
이 연구는 아주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통제할 수 없는 고통을 반복해서 경험하면, 나중에는 실제로 벗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도 스스로 포기하게 된다."
이는 단순히 개들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인간도 비슷한 반응을 보입니다. 어린 시절 반복적인 실패 경험, 억압적인 환경, 상처받는 관계를 겪은 사람들은 나중에 실제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와도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가둬버리곤 합니다.
학습된 무기력에서 벗어나려면
희망적인 소식도 있습니다.
학습된 무기력은 '배운 것'이기 때문에, 다시 '배워서' 극복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 작은 성공 경험을 쌓기: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내가 해냈다"는 경험을 반복하면 무기력의 틀을 깨기 시작할 수 있습니다. - 통제 가능한 부분에 집중하기:
모든 상황을 바꿀 수는 없지만, 나의 반응이나 선택은 조절할 수 있습니다. 이 작은 통제가 점차 자존감과 에너지를 회복하게 돕습니다. - 지원받기:
때로는 스스로 무기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가 어렵습니다. 이럴 때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마틴 셀리그만은 이후 긍정심리학(Positive Psychology)을 창시하며, 무기력 너머로 인간이 어떻게 행복과 회복력을 키워갈 수 있는지를 연구했습니다.
그가 우리에게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단순합니다.
"과거가 나를 규정하지 않는다. 새로운 선택으로 나를 다시 만들어갈 수 있다."
혹시 지금 마음이 무겁고,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고 느끼고 있다면, 이 이야기를 기억해 주세요. 당신 안에는 아직도 넘어설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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